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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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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클럽> 명예회원증

 

 


 
(지난 호에 이어)
종합 판매점은 바로 길 건너편에 있었다. 거래는 빨리 진행되었다. 여자 판매원이 그 청구서를 읽자마자 물건들을 챙겨서 빼뽀네에게 넘겨주고 값을 적었다. 


그런데 빼뽀네가 그의 호텔 방에 돌아 왔을 때 그는 기대했던 것만큼 기분이 좋아 보이질 않았다. 그는 돈 까밀로에게 양말을 던져 주었다. 돈 까밀로는 공중으로 손을 날려 받아 쥐고는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양말을 내려다 보았다.


“아름다운데!” 그는 소리쳤다.


“우리나라에선 이 물건의 반 만큼도 만들지 못하지 뭔가. 양말 길이를 다르게 만든 착상이 기가 막히게 현명하군. 사람의 발 길이가 똑같으란 법이 없으니까. 얼마줬나!”


“10루불 들었소.”


면도기 싼 것을 풀면서 빼뽀네가 말했다. “환율이 얼마지?”


“모르겠어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거라곤 다만 1만 리라 지폐 한 장에 70루불을 내게 줬다는 것뿐이오.”


 “그럼 1루불에 150리라를 준 셈이군. 스위스 프랑과 맞먹는데 면도기는 얼마 주었소 !”


“9루불 주었지요.”


돈 까밀로는 머릿속으로 계산하기에 바빴다. “면도기는 1300리라, 양말은 1450리라가 되는군.”


빼뽀네는 얼굴에 비누 거품을 내느라 바빠서 대답하지 않았다.


“이태리에선 이런 면도기는 값이 얼마나 하는가?” 돈 까밀로가 추궁하듯이 물었다.


“미국제가 200리라 하지요.” 빼뽀네도 시인했다.


“그렇게 차이가 나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뭔가 잘못된 게 틀림 없어요.”


“난 그렇게 생각지 않네, 동무. 자네 면도기는 세일할 때 샀을 거요. 그리고 그런 물건은 여기선 구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네. 공산주의 체제하에선 공장이나 소매점이 국가의 소유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 상대가 될 필요가 없는 거요.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자네 면도기는 미국제였고 여기 이건 러시아제요. 비교가 되질 않소. 루불이 자유 시장에서 겨우 40리라 밖엔 안 하는데 여행자에게 주는 환율은 150리라란 말이오. 공산주의자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방문객들에게 유리한 환율을 주기 위해 투쟁한 적이 40년 동안에 한 번도 없었소. 자네 면도기는 러시아인에게는 350루불 밖에 안 받을 거요.”


빼뽀네는 면도를 시작했다. 갑자기 그는 면도를 멈추더니 얼굴에 비누질을 또 했다. 면도날을 갈아 끼고 면도를 다시 해보았다. 이윽고 그는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면도기를 벽에다 냅다 던져버렸다.


“동무, 자네의 신념은 어디로 갔지?” 돈 까밀로가 차갑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빼뽀네는 얼굴에 비누 거품을 잔뜩 묻힌 채 그를 쏘아 보았다. 돈 까밀로도 약간 수그러졌다. 그는 여행 가방을 뒤지더니 어떤 물건 하나를 꺼내어 빼뽀네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물었다.


“이게 바로 자네가 지긋지긋해 하는 미제 면도기란 말이지? 마룻바닥에서 주워온 것이네만.”


빼뽀네는 그에게서 면도기를 낚아채며 말했다. “나는 날마다, 신부를 죽이는 것은 하나도 죄가 될게 없다는 확신을 굳혀가며 살아가고 있소!”


그 동안 페트로프나 동무는 호텔 입구를 지키고 있었는데, 스카못지아 동무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다.


“오리고프 동무께서 오늘 아침 시간엔 호텔에서 쉬라고 하셨습니다. 밖에 나가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밖에 나가려고 하는 게 아니요” 스카못지아가 말했다.


“동무 곁에서 쉬고 싶어 그러지요.”


페트로프나 동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호텔의 그 넓은 방을 두고 무엇 때문에 이런 곳에서 쉬려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동무는 당신네 동지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격식을 차리며 대하나요?”


“아닙니다. 자본주의자들만이 격식을 따르지요.”


“난 자본주의자가 아니잖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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